주총 곳곳서 가족 분쟁, 행동주의펀드 공습…"주주환원 요구 어느 때보다 거세다"

입력 2024-03-04 15:38   수정 2024-03-04 18:11

이 기사는 03월 04일 15:38 마켓인사이트에 게재된 기사입니다.




올해 정기 주주총회 시즌을 앞두고 곳곳에서 전운이 감돌고 있다. 경영권을 둘러싼 공동 창업자나 그 일가 사이에서 벌어지는 분쟁은 날로 격화하는 분위기다. '주인 없는 기업'으로 불리는 소유 분산 기업의 지배구조 개선도 이슈다. 행동주의펀드도 주주 규합에 나서면서 본격적인 공세를 펼치기 시작했다. 정부가 추진하는 '밸류업' 정책과 맞물려 주주환원 강화 목소리가 커지는 있다는 점이 이번 주총 시즌의 최대 변수가 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피붙이도 동업자도 경영권 분쟁 중
행동주의펀드 차파트너스는 4일 기자간담회를 열고 김경호 KB금융지주 이사회 의장을 사외이사로 추천하고, 정관을 바꿔 2년에 걸쳐 자사주를 전량 소각하는 방안을 주주제안했다고 밝혔다. 차파트너스는 박철완 전 금호석유화학 상무로부터 권리를 위임받아 박 전 상무의 삼촌인 박찬구 회장과 대립각을 세우고 있다.

금호석화가 보유한 자사주는 전체 발행주식수의 18.4%에 달한다. 자사주를 소각하면 추가적인 재원 지출 없이 즉시 주주가치를 제고할 수 있다는 게 차파트너스의 설명이다. 차파트너스와 박 전 상무 입장에선 금호석화가 자사주를 소각하면 박 회장이 우군과 자사주를 상호 교환하는 방식으로 경영권을 강화하는 걸 막을 수 있다. 의결권 주식을 기준으로 박 회장(19.5%)과 박 전 상무(13.3%) 측 지분율 격차 6.2%포인트에 불과하다.

한미약품그룹에서도 주총을 앞두고 가족 간 분쟁이 이어지고 있다. 고(故) 임성기 한미약품 창업회장의 장남인 임종윤 한미약품 사장과 차남 임종훈 한미약품 사장이 송영숙 한미약품그룹 회장과 임주현 한미약품 사장이 추진하는 OCI그룹과의 대주주 지분 맞교환 계약에 반발하면서다. 장·차남은 주총에서 자신들을 한미약품그룹의 지주사인 한미사이언스 사내이사로 선임하는 등의 내용을 담은 주주제안을 했다. 장·차남이 주총 표대결에서 이겨 이사회를 장악하면 OCI그룹과의 지분 맞교환을 통한 그룹 간 통합은 무산될 가능성이 크다.

70년간 '한 지붕 두 가족' 경영을 이어오던 고려아연에선 공동 창업자 일가 간의 분쟁이 불붙었다. 장형진 영풍 고문 측은 최윤범 고려아연 회장 측이 주총 안건으로 올린 배당 결의안과 정관 변경안에 반대 의사를 명확히 밝혔다. 배당 축소로 주주권 훼손이 우려된다는 게 장 고문 측의 주장이다.
주주환원 강화 명분으로 실리 챙겨
주총 시즌을 앞두고 행동주의펀드의 공세도 거세지고 있다. 미국 행동주의 헤지펀드 화이트박스어드바이저스, 영국의 시티오브런던인베스트먼트, 한국의 안다자산운용 등 국내외 5곳의 행동주의펀드는 삼성물산을 상대로 공격을 펼치고 있다. 이들은 삼성물산에 자사주 5000억원어치를 매입하고, 배당을 증액하라고 요구했다. 삼성물산 지분을 0.62% 보유한 글로벌 멀티 전략 펀드 팰리서캐피탈도 이날 행동주의펀드 연합이 제안한 주주제안을 지지한다는 뜻을 밝혔다. 시장에선 행동주의펀드의 과도한 요구를 들어주면 삼성물산이 미래 성장동력을 확보하고 투자 재원을 마련하는 데 어려움을 겪을 것으로 보고 있다.

다올투자증권에선 2대주주의 반란이 진행 중이다. 지난해 4월 '차액결제거래(CFD) 사태'로 다올투자증권 주가가 폭락하자 지분 14.34%를 사들인 김기수 프레스토투자자문 대표는 주주제안을 통해 차등 배당을 제안했다. 역대 최악의 실적을 내고 있는 다올투자증권의 경영이 정상화되기 전까지 책임경영 차원에서 최대주주와 2대 주주를 제외하고 소액주주에게만 배당을 하자는 게 김 대표 측 요구다. 차등 배당을 하면 소액주주가 받아가게 될 배당금은 68.8% 증가한다.

주총 표대결에서 김 대표가 승리해 차등 배당이 현실화하면 다올투자증권의 최대주주인 이병철 회장은 타격을 입게 된다. 이 회장은 본인이 보유한 다올투자증권 보유지분(24.82%) 중 상당 부분(18.75%)을 담보로 제공하고 164억원을 대출받고 있는 상황이기 때문이다. 김 대표는 이사 보수 한도 삭감과 회장의 퇴직금 지급률을 낮추는 안, 최대주주가 참여하는 유상증자 방식의 선제적 자본금 확충 등 이 회장을 직격하는 내용의 주주제안도 했다.

치열한 주총 표대결이 곳곳에서 열릴 예정이어서 국민연금의 결정에 이목이 쏠리고 있다. 주요 기관투자가도 국민연금의 결정에 영향을 많이 받아 양측의 지분율 격차가 크지 않은 경우 주총 표대결의 승자는 국민연금에 따라 결정되는 경우가 많다.

최고경영자(CEO) 선임 문제가 주총에서 국민연금의 선택에 따라 결정될 가능성이 큰 기업들도 있다. 소유 분산 기업인 포스코와 KT&G가 대표적인 예다. 김태현 국민연금 이사장은 공개적으로 "포스코 이사회의 독립성에 의구심이 있다"는 입장을 밝힌 바 있다. 사외이사 독립성 논란이 이어지고 있는 KT&G의 차기 사장을 내부 출신인 방경만 KT&G 수석부사장으로 선임하는 안에도 국민연금이 반대표를 행사할 수도 있다.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주주환원 강화를 명분으로 내세우며 실리를 챙기는 방식의 주주제안이 잇따르고 있다"며 "국민연금 등 기관투자가들은 정부 정책 기조에 발을 맞추는 성향이 강한 만큼 이런 분위기가 올해 주총 시즌의 변수가 될 수 있다"고 말했다.

박종관/맹진규 기자 pjk@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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